감도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나요?

Date
26.08.05
Keyword
매일 쓰지만 잘 모르는 브랜딩 핵심 용어

감도라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정말 자주 쓰이는 표현이죠.

"이 브랜드 감도가 좋다."

그런데 막상 브랜드 감도가 무엇인지 물으면 대부분 설명하지 못해요. 어쩌면 당연해요. 감도는 주관적인 느낌에 가까운 말이고, 그걸 모두에게 통하는 언어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심지어 같은 결과물을 두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도의 정도가 다르기까지 해요. 자주 쓰이지만 설명하려면 막히는 말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컨셉, 설명할 수 있나요? 에서 다뤘던 '컨셉'과 닮아 있죠.

그래서 오늘은 브랜드 감도를 정리해보려 해요. 우리는 어떤 순간에 감도를 느끼는지, 감도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감도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요.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주관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감도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실 거예요.

Chapter 1. 우리가 브랜드 감도를 느끼는 순간

감도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익숙한 두 가지가 처음 만날 때 생겨나요.

감도 있는 디자인, 감도 있는 브랜드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내는 것,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파격이요. 감도라는 말이 "신선하다", "새롭다"는 인상과 붙어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믿게 되는 것 같아요. 낯설고 튀는 것일수록 감도가 높다고요.

그런데 실제로 감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결과물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이 생각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와요.

스웨덴의 귀리우유 브랜드 오틀리를 볼게요. 마트 유제품 매대에서 오틀리를 처음 마주한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손에 잡히는 건 익숙한 종이팩이에요. 우유를 살 때 늘 보던 그 형태, 그 크기 그대로죠. 그런데 팩에 적힌 문장을 읽는 순간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게 돼요. "우유 같지만 사람을 위해 만들었어요" 같은 문장들이요. 마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농담을 건네는 것 같죠. 유제품 매대에서 이런 말투를 만난 적이 없으니, 바로 그 지점에서 낯섦을 느끼는 거예요.

여기서 짚어볼 게 있어요. 오틀리가 정말 새로운 걸 발명했을까요? 종이팩은 누구나 아는 익숙한 형태예요. 친구가 농담하듯 편하게 건네는 그 말투 역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대화 방식이고요. 오틀리는 둘 중 어느 것도 새로 만들지 않았어요. 원래 만난 적 없던 두 개의 익숙함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놓았을 뿐이에요.

비슷한 사례를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디블러와 함께한 위스키 더치 커피 브랜드 펠른의 패키지예요. 이 병을 처음 보면 다들 위스키라고 생각해요. 목이 좁고 무게감 있는 유리병, 짙은 라벨. 누가 봐도 위스키 병이죠. 그런데 안에 담긴 게 커피라는 걸 아는 순간, "어, 이거 뭐지" 하는 낯섦이 찾아와요.
여기서도 마찬가지예요. 병의 형태는 새로 발명된 게 아니에요. 우리가 이미 아는 위스키 병이고, 커피 역시 익숙한 음료예요. 낯선 건 조합이었어요. 위스키 병과 커피라는, 원래 만날 일 없던 두 개의 익숙함이 하나의 병 안에서 처음 만난 거예요.
오틀리와 펠른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패턴이 반복돼요. 낯설게 느껴진 그 순간, 사실 완전히 새로운 요소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 이미 익숙한 것 두 개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자리에서 만나게 했을 뿐이라는 것이요.

최근에 감도 있다고 느낀 브랜드를 떠올려보세요. 분명 신선함을 주었을 거예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 신선함은 완전히 예상 밖의 느낌은 아니었을 거예요. 어딘가 낯이 익은데, 그 익숙함이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던 느낌에 가까웠을 거예요.
그래서 브랜드 감도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충분히 익숙한 새로움. 새로워서 흥미롭지만 충분히 익숙해서 거부감이 들지 않을 때, 우리는 감도 있다고 말해요.

Chapter 2. 브랜드 감도와 닮아 있는 원칙, MAYA 법칙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 받아들여지는 경계를 정확히 짚은 사람이 있었어요.

이 정의를 정리하고 나서, 저희는 어떤 오래된 원칙 하나를 떠올렸어요. 감도라는 말을 직접 쓴 적은 없지만, 이 감각과 놀랍도록 닮아 있는 원칙이거든요. 정리한 사람은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예요. 1893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919년 뉴욕으로 건너간 뒤, 50년 가까이 미국인들이 매일 마주치는 물건들을 디자인한 사람이에요. 럭키 스트라이크 담뱃갑, 그레이하운드 버스, 시어스의 냉장고, 심지어 에어포스원의 파란 도장까지요. 산업 디자인이라는 직업 자체를 만든 인물로 불릴 만큼, 20세기 중반 미국인의 일상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아 있었어요.

로위는 1951년 펴낸 자서전에서 오랜 커리어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을 정리해요. 140여 개 기업의 디자인을 맡으며 소비자 반응을 오래 지켜본 사람이었죠.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있었대요. 가장 앞선 기술과 가장 논리적인 해법을 담아도, 그게 늘 팔리는 건 아니었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새로운 걸 원하면서도 동시에 낯선 걸 두려워하고, 이 두 마음이 부딪히다가 낯섦이 두려움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리는 지점이 있다고 봤어요. 그 지점을 넘는 순간, 사고 싶던 마음이 오히려 거부감으로 바뀐다는 거죠.

이 원칙은 담뱃갑 하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냉장고를 디자인할 때도, 기차의 외관을 다룰 때도 로위는 같은 원리를 따랐어요. 형태 전체를 새로 발명하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그 물건이라고 알아보는 익숙한 윤곽은 지키고, 그 안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새롭게 바꾸는 방식이었죠. 완전히 낯선 걸 만드는 순간 사람들은 그게 뭔지부터 다시 배워야 하고, 그 배움의 부담이 결국 거부감으로 이어진다는 걸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 경계를 넘어버린 유명한 사례가 하나 있어요. 1985년 코카콜라가 내놓은 '뉴 코크'예요. 판매량이 밀리자 아예 맛을 새로 바꿔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반가움이 아니라 반발이었어요. 항의 전화가 매일같이 쏟아졌고, 결국 79일 만에 원래 맛으로 돌아갔죠. 문제는 새로움 자체가 아니었어요.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에서 너무 멀리 가버린 거였어요.

로위는 좋은 디자이너란 바로 이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지점 바로 앞,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받아들여지는 자리를 MAYA 라고 불렀어요.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가장 앞서 있지만, 아직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태 라는 뜻이에요.

70년도 더 된 원칙인데 지금도 유효한 이유가 있어요. 매체가 바뀌고 상품이 바뀌어도, 사람이 낯선 것 앞에서 느끼는 저항감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담뱃갑이든 우유팩이든 위스키 병이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뼈대는 같은 거예요.

앞서 본 오틀리와 펠른이 서 있던 자리도 정확히 여기였어요. 오틀리는 우유팩이라는 형태를, 펠른은 위스키 병이라는 형태를 그대로 지켰어요. 사람들이 다시 배워야 할 게 없었던 거죠. 그 위에 딱 하나, 카피와 톤 혹은 내용물만 낯설게 얹었어요. 둘 다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뉴 코크처럼 그 경계를 넘지 않을 수 있었던 거예요.

Chapter 3. 브랜드 감도를 만드는 네 가지 질문

감도는 감이 아니라, 네 가지 질문에 순서대로 답하며 설계하는 대상이에요.

정의를 알았다고 감도가 저절로 만들어지진 않아요. 익숙함과 낯섦을 실제로 어떻게 배치할지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네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요. 이 질문들을 순서대로 통과하고 나면, 감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요. "이게 괜찮은 것 같아요"가 아니라 "이 부분은 익숙하게, 이 부분은 낯설게 뒀고, 그 이유는 이거예요"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첫째,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감도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에요. 누구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무엇이 익숙하고 무엇이 낯선지, 기준선 자체가 달라져요. 성수에서 익숙한 게 다른 동네에선 낯설고, 20대에게 낯선 게 40대에겐 이미 익숙해요. 같은 결과물을 두고 누군가는 신선하다고, 누군가는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보는 사람이 다르면 경계선의 위치도 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감도를 만들기 전에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건 이 결과물을 마주할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예요. 막연히 "20~30대"가 아니라, 그 사람이 평소 무엇을 익숙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까지 구체적으로 그려야 해요. 타겟을 어떻게 좁혀야 할지 막막하다면 단 3가지 질문으로 완성되는 브랜드 전략 을 함께 읽어보셔도 좋아요. 그 사람이 정해져야, 다음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요.

둘째, 어떻게 익숙하게 할 것인가?

익숙함을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소극적인 작업이 아니에요. 오히려 무엇을 건드리지 않을지를 정확히 골라내는 적극적인 결정이에요. 앞서 본 펠른이 그랬어요.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에게 위스키 병이라는 형태가 이미 익숙하다는 걸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그 형태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던 거예요. 오틀리도 마찬가지예요. 소비자가 제품을 집어 들 때 "이게 뭐지"라는 혼란이 없었던 건, 종이팩이라는 형태와 유제품 매대라는 위치를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 익숙함 덕분에, 다음에 올 낯섦을 안심하고 받아들일 바탕이 마련된 거죠.

셋째, 어떻게 낯설게 할 것인가?

익숙함을 정했다면, 이제 그 안에 낯섦을 놓을 자리를 정해야 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여러 곳을 건드리지 않고 하나만 고르는 것 이에요. 펠른은 병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내용물 하나만 바꿨어요. 오틀리는 팩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카피와 톤 하나만 바꿨고요. 만약 오틀리가 팩의 형태도, 유통 채널도, 카피도 전부 바꿨다면 어땠을까요. 소비자 입장에선 붙잡을 곳이 하나도 없어져요. 이게 뭔지 파악하는 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신선함을 즐길 여유가 사라지는 거예요. 낯섦은 여러 곳에 흩어질 때가 아니라, 한 곳에 집중될 때 가장 선명하게 느껴져요.

넷째, 과하게 낯설지는 않은가?

앞서 본 뉴 코크를 기억하실 거예요. 로위가 말한 그 지점, 매료가 두려움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리는 순간을 넘으면 낯섦은 신선함이 아니라 거부감이 돼요. 이건 낯섦을 정하고 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로도 계속 확인해야 하는 문제예요. 펠른도 오틀리도 낯섦을 단 하나에만 집중시켰기 때문에 이 선 안에 머물 수 있었어요. 만약 펠른이 병의 형태까지 낯설게 바꿨다면, 위스키라는 익숙함이 주던 안전망이 사라지면서 선을 넘었을 가능성이 커요. 낯섦을 정한 뒤엔 항상 다시 물어봐야 해요. 이게 아직 끌리는지, 아니면 이미 밀어내고 있는지요.

질문핵심사례
누구를 위한 것인가타겟이 정해져야 익숙함과 낯섦의 기준선이 정해진다같은 결과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신선함과 부담이 갈린다
어떻게 익숙하게 할 것인가건드리지 않을 것을 적극적으로 골라낸다오틀리의 종이팩, 펠른의 위스키 병
어떻게 낯설게 할 것인가낯섦은 여러 곳이 아니라 단 한 곳에 집중한다오틀리의 카피와 톤, 펠른의 내용물
과하게 낯설지는 않은가매력이 거부감으로 기울지 않는지 끝까지 확인한다경계를 넘어버린 뉴 코크의 실패

Outro. 브랜드 감도는 결국 선호다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볼게요. 브랜드 감도란 충분히 익숙한 새로움이에요. 완전히 새로운 것도, 완전히 익숙한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요. 그걸 만들려면 먼저 누구를 위한 것인지부터 정하고, 무엇을 익숙하게 둘지, 무엇 하나를 낯설게 놓을지, 그리고 그 낯섦이 아직 매력으로 남아있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해요.

이렇게 정리해봤지만, 감도는 결국 선호예요. 누군가에게 신선한 지점이 다른 누군가에겐 여전히 무난하거나, 이미 부담스러운 지점일 수 있어요.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주관성이 손쓸 수 없는 영역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감도가 개개인의 선호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우리가 할 일이 분명해져요. 그 선호가 누구의 것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요.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정해지면, 그 사람에게 무엇이 익숙하고 무엇이 낯선지도 따라서 정해져요. 그리고 그게 정해지는 순간, 감도는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 조절할 수 있는 대상이 돼요.

그래서 이 글을 읽으신 대표님들도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우리 브랜드가 지금 조율하려는 감도, 그건 누구의 선호인가요.

FAQ

Q. 브랜드 감도란 무엇인가요?

브랜드 감도란 '충분히 익숙한 새로움'이에요. 새로워서 흥미롭지만 충분히 익숙해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상태를 말해요.

Q. MAYA 법칙이란 무엇인가요?

MAYA는 Most Advanced Yet Acceptable의 약자로,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가 정리한 원칙이에요.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아직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태를 뜻하며, 브랜드 감도와 맞닿아 있는 원칙이에요.

Q. 감도 있는 브랜드를 만들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결과물을 마주할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타겟이 정해져야 무엇이 익숙하고 무엇이 낯선지, 감도의 기준선이 정해지거든요.

↳ Next Colu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