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문을 열고 5분 만에 저녁 한 끼가 완성되는 일은 이제 별스러운 풍경이 아니에요. 1인 가구가 늘고 퇴근 시간이 뒤로 밀리면서, 간편식은 급할 때 어쩔 수 없이 고르는 선택지에서 평일 저녁의 기본값으로 자리를 옮겼죠.
다만 매대 앞에 서면 걸리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재료를 앞세운 제품은 가격표에서 손이 멈추고, 가격이 편한 제품은 재료와 맛에서 한 걸음씩 물러서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잘 챙겨 먹는 일이 어느새 형편의 문제로 밀려나요.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고기를 구울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고, 아이에게 좋은 원재료를 먹이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타코코 대표님이 저희와의 인터뷰에서 꺼내신 말씀이에요. 그럼 이분들은 그냥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 소개할 타코코는 정확히 이 질문 위에서 만들어진 브랜드예요.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다시 정리하는 리브랜딩 이었죠. 10년 넘게 브랜드 곁에서 일해온 디블러가 그 과정을 정리했어요. 대표님이 '맛있는 권리'라고 이름 붙인 믿음에서 시작된 이야기, 지금부터 같이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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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타코코의 리브랜딩은 왜 다시 시작됐을까요?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가 강할수록, 그 이야기를 어디까지 밖으로 꺼낼지가 어려워져요.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브랜드라면 더 그렇죠. 이 지점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이해하기 쉬운 브랜드 스토리 공식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타코코는 그 고민을 첫 미팅에서부터 스스로 꺼내신 경우였어요.
Q. 안녕하세요. 타코코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타코코(TACOCO)는 '일상에서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즐길 권리'를 실현하는 타코 브랜드예요. 또띠아, 풀드포크처럼 집에서 5분이면 완성되는 간편 조리 제품을 만들고 있죠.
'맛있는 권리'는 대표님이 직접 만드신 말이에요. 영양사 출신이라 식품 안정성이라는 개념을 오래 다뤄오셨는데, 그 딱딱한 개념을 일상의 언어로 옮겨놓으신 셈이죠. 모두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와 가치를 전하는 것, 그게 타코코가 가져갈 키워드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여기에는 조건이 따라붙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나마 좋은 재료, 그나마 저렴한 가격, 그다음은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방식." 재료는 좋게 쓰되 가격은 감당할 수 있게, 조리는 쉽게 하되 맛은 물러서지 않는 것.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범한 매일의 식탁을 겨냥한 브랜드 라는 뜻이기도 해요.
Q. 타코코라는 이름은 어디서 온 건가요?
'코코'는 멕시코에서 할머니를 뜻하는 말이에요. 이름의 뿌리에는 대표님이 미국에서 겪은 일이 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무렵 캘리포니아에 계셨는데, 그때 우연히 들른 타코집이 있었대요.
"제가 그렇게 그 지역에 오래 있지 않았어요. 딱 한 번 간 집이었는데 꼭 우리 할머니 같았어요."
외롭고 힘들 때 음식이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감정이 브랜드의 출발점이 됐어요. 그런데 대표님은 이 이야기를 꺼내시자마자 바로 한 걸음 더 나가셨어요. "이 가치는 저만의 이야기니, 이걸 소비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야 되겠군요." 이 한 문장이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을 정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브랜드가 이미 굴러가고 있는데도 다시 정비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어떤 신호가 그 시점을 알려주는지는 브랜드 리뉴얼이 필요한 시점 5가지에 정리해뒀는데, 타코코는 그중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아픈 경우에 해당했어요.
Q. 이미 운영 중인 브랜드였는데, 리브랜딩을 결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타코코는 새로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제품은 이미 팔리고 있었고, 브랜딩도 한 차례 받은 이력이 있었죠. 당시 정해진 이름은 얼바운드였는데, 시간에 쫓겨 밀어붙인 결정이었다고 하셨어요. 이후 설문과 인터뷰를 돌려보니 얼바운드와 타코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반복해서 돌아왔고요.
더 결정적인 건 만들어둔 것이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컬러가 쨍한 데다 종류까지 많아 SNS에서 다루기가 어려웠고,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거의 유일한 접점인 패키지에는 그 아이덴티티가 거의 반영되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이런 색감들을 조화롭게 쓰는 걸 제가 정말 못했어요. 너무 어려워요." 가이드를 받아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말씀이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 가치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태. 저희가 사업가분들 곁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해요.
Chapter 2. 어떤 사람의 식탁을 위한 브랜드일까요?
리브랜딩에서 고객을 다시 정의하는 일은 새 고객을 찾는 작업이 아니에요. 이미 사주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손을 뻗는지를 다시 보는 쪽에 가깝죠.
Q. 어떤 고객을 타겟으로 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타코코의 고객은 '어떤 사람'보다 '어떤 상황'으로 나뉘어요.
챙겨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재료를 손질할 여력이 없는 사람, 요리에 서툴러 실패가 두려워 시도를 미루는 사람, 좋은 걸 먹이고 싶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무엇이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사는 게 습관이 된 사람. 조리법이 '누구나 실패 없이 5분'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도, 대표님이 세 번째 고객을 가장 오래 붙들고 계셨던 것도 여기서 나왔어요.
타코코가 그리는 이상적인 고객은 결국 이런 분들이에요.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지만, 오늘 저녁 한 끼만큼은 대충 넘기고 싶지 않은 사람.
Q. 어떻게 차별적인 가치를 보여주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핵심은 '정직한 재료와 합리적 가치'였어요. 타코코의 방식은 더하기가 아니라 배분이에요. 가장 많이 들어가는 원재료에는 아낌없이 쓰는 대신, 불필요한 과장은 덜어내는 거죠. 대표님이 롤모델로 꼽으신 곳도 화려한 브랜드가 아니라 "가능한 좋은 품질을 합리적이게" 파는 브랜드들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타코코의 태도를 "가성비보다 기준으로 기억되는 브랜드" 로 정리했어요.
브랜드의 성격은 조금 더 사람에 가까워요. 심플하고, 내추럴하고, 친근하고, 쾌활한. 대표님이 직접 고르신 네 단어예요. 재미있는 건 타코코가 채소를 곁들여 먹으라고 굳이 한마디를 얹고 싶어 한다는 점이에요. "엄마의 약간의 잔소리랄까요"라고 표현하셨죠. 이 온도가 타코코를 다른 간편식과 구별해준다고 봤어요.
Chapter 3. 리브랜딩으로 '맛있는 권리'를 어떻게 눈에 보이게 만들었을까요?
컨셉은 결국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예요. 남길 것이 정해지지 않으면 브랜드는 계속 설명을 덧붙이게 되죠. 이 이야기는 브랜드 컨셉, 설명할 수 있나요?에서 따로 다룬 적이 있는데, 타코코의 리브랜딩은 그 판단을 아주 이른 시점에 끝낸 프로젝트였어요.
Q. 비주얼 컨셉은 어떻게 잡으셨나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방향을 정한 질문은 '무엇을 넣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빼야 하나'였어요. 대표님이 빼달라고 하신 게 세 가지 있었거든요. 앞서 나온 할머니와 제주, 그리고 하나 더 쨍한 컬러였어요.
할머니를 빼는 이유는 대표님이 직접 설명해 주셨어요. "제가 할머니가 아니고, 원래 시니어를 고용하겠다는 소셜 가치가 있었지만 그걸 아직 잘 시현해놓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는 어려운 얘기인 거죠."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셨어요. "전 소비자한테 쉬운 얘기를 하고 싶었던 의도였어요." 브랜드가 할머니의 얼굴이나 심볼로 노출되기 시작하면 설명해야 할 것이 계속 늘어난다는 걱정도 함께 말씀하셨고요.
제주도 같은 결이었어요. 타코코는 제주에서 시작했고 흑돼지를 비롯한 로컬 재료를 쓰지만, 그 이유가 제주 브랜드여서는 아니라는 게 대표님 생각이었어요. 수입 재료는 언제 도축됐는지 확인이 어려우니 가까운 곳의 재료를 쓴다는, 훨씬 실용적인 이유였죠. 그래서 주문도 분명했어요. "제주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제주의 이야기가 패키지에는 담겨있으면 안 된다", "알고 보니 제주산 흑돼지였어가 포인트지 제주산이 먼저 나오면 안 되더라구요." 앞세우지는 말되 안쪽에는 남겨두자는, 꽤 섬세한 주문이었어요.
쨍한 컬러는 조금 더 실무적인 이유였어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채널에서 실제로 활용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으셨거든요. 그래서 메인 컬러를 세 가지 이내로 가져가고 싶다는 요청까지 함께 주셨어요.
덜어낸 요소
덜어낸 이유
남긴 방식
할머니(코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치라 소비자에게는 설명이 필요한 이야기
브랜드 이름 안에만 남김
제주
로컬 브랜드가 목적이 아니라 재료 신뢰가 목적이었음
패키지 앞자리에서 내리고, 알고 나면 보이는 정보로
쨍한 컬러
채널 운영에서 실제로 활용이 어려웠던 경험
메인 컬러 3종으로 좁히고 각각의 역할을 지정
세 요청을 모아놓고 보니 하나로 읽혔어요. 설명을 들어야 이해되는 것들을 브랜드 앞자리에서 내려달라는 이야기 였거든요. 대표님이 미팅 내내 반복하신 말씀도 같았어요. "저는 이 브랜드가 쉬웠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막 어렵고 재미없는 얘기가 아니라, 일상에 있는 얘기였으면 좋겠어요."
다만 다 빼면 브랜드가 비어버릴 수도 있죠. 그래서 저희는 덜어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부터 정했어요. 지역도, 인물도, 자극적인 색도 아니라면 남는 건 타코코가 만들어내려는 그 순간이라고 봤고요. 스토리텔링 컨셉은 '맛있는 일상', 평범한 하루가 조금 더 맛있어지는 순간으로 잡았어요.
Q.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어떤 요소들로 구성됐나요?
세 개의 축으로 설계했어요. 로고타입은 또띠아에서 확장된 원형과 반원을 모티브로 삼았어요. 지역이나 인물을 그리지 않으면서 타코라는 카테고리를 알아보게 하려면, 제품의 형태에서 출발하는 게 가장 정직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거든요. 모던하고 리드미컬한 형태로 다듬어 작게 줄여도 무너지지 않게 했어요.
심볼은 미소 짓는 얼굴이에요.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얼굴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반응이잖아요. 브랜드가 약속하는 게 '맛있는 순간'이라면 그 순간의 결과를 그대로 그리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봤어요. 로고타입과 같은 형태감으로 맞춰, 따로 써도 함께 써도 같은 브랜드로 읽히게 했고요.
키 비주얼은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네 가지 타입으로 만들었어요. 원형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패턴형, 큰 원형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타입, 작은 원들이 흩어져 리듬을 만드는 타입, 원형을 프레임처럼 써서 사진을 담는 타입까지요. 패키지와 포스터, 인스타그램 피드가 요구하는 화면이 전부 다른데 하나의 그래픽으로는 감당할 수 없거든요. 대신 '원형'이라는 뿌리는 네 타입 모두에서 유지했어요.
Q. 이 요소들을 어떻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으셨나요?
로고가 좋아도 쓰는 사람이 매번 고민해야 한다면 브랜드는 흩어져요. 그래서 후반 작업은 대부분 '규칙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컬러는 중심을 잡는 그린, 밝고 유쾌한 옐로우, 대비와 무게를 담당하는 네이비 세 가지로 좁혔어요. '메인 컬러 3종 이내'라는 조건을 지키면서도 조합만으로 변주가 가능하도록 각 컬러의 역할과 우선순위를 정해뒀죠.
로고도 단독형, 태그라인을 붙인 락업형, 심볼을 가로나 세로로 조합한 형태까지 확장 시스템으로 만들었어요. 간판에는 가로형이, 스티커에는 세로형이 맞으니까요. 여기에 6×6 그리드 기반의 키 레이아웃을 더해 어떤 비율의 지면에서도 같은 감각이 유지되게 했고요. 이걸 만들어두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디자인해도 '타코코답게' 나오거든요.
Q. 추가로 고려한 브랜드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언어자산도 함께 정리했어요. 태그라인은 "TACOCO, Every Day, A Taste Story.", 국문으로는 "매일을 맛있게, 타코코와 함께."예요. 브랜드가 하려는 말을 한 문장으로 줄였을 때 남는 것이 '매일'과 '맛있게'라고 봤거든요. 핵심 가치도 세 문장으로 세웠어요. "모두에게 공평한, 맛있는 순간의 즐거움", "가성비보다 기준으로 기억되는 브랜드", "오늘의 식탁을 함께 채우는 브랜드". 국문·영문 브랜드 스토리를 각각 써서 해외 채널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도록 했고요.
BX는 손에 닿는 것부터 채웠어요. 제품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포스터, 명함, SNS 템플릿, 브랜드 카드까지요. 고객이 매대나 인스타그램에서 타코코를 처음 만나고 → 5분 만에 첫 끼를 경험하고 → 다시 냉동실을 채우는 흐름 안에서, 어느 접점에서도 같은 브랜드로 읽히는 것이 목표였어요.
Outro. 덜어내고 남은 것
브랜딩을 시작하는 자리에서는 대개 무엇을 더할지부터 이야기하게 돼요. 로고에 무엇을 담을지, 어떤 이야기를 얹을지처럼요. 그런데 타코코는 첫 미팅부터 반대편에 서 있었어요. 대표님이 먼저 꺼내신 것이 빼달라는 이야기였거든요.
빼달라고 하신 것들은 전부 설명이 있어야 이해되는 요소였어요. 반대로 남기고 싶어 하신 건 설명 없이 전해지는 것들이었죠. 맛있을 때 웃는 얼굴, 든든한 한 끼, 부담 없는 가격 같은 것들이요. 대표님은 브랜드가 쓰는 단어는 심플하겠지만 "각각의 키워드마다 그 이유를 대자면 엄청 길고 자세하게 우리는 설명할 수 있다"고도 하셨어요. 표면을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건, 그 아래에 쌓인 것이 충분했기 때문이에요.
이번 리브랜딩이 남긴 건 이런 문장이었어요. 브랜드가 흐릿한 이유는 갖추지 못해서인 경우보다, 이미 가진 것이 정리되지 않아서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대표님 안에 '맛있는 권리'라는 문장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할 일은 그 문장이 패키지 위에서, 포스터 위에서, 매대 위에서 똑같이 읽히도록 길을 내는 것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