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콘텐츠 전략, 잘된 바이럴이 브랜드를 밀어내는 이유

Date
26.09.15
Keyword
바이럴이 돼도 기억 못 하는 이유
"조회수는 잘 나왔는데, 정작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콘텐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표님들께 자주 듣는 말이에요. 이벤트 한 번 돌리면 팔로워는 확실히 늘어요. 릴스 하나가 터지면 며칠 동안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리고요. 그런데 한 달쯤 지나 돌아보면 매출은 그대로고, 늘어난 팔로워는 조용해요. 그 콘텐츠를 본 사람에게 브랜드 이름을 물어보면 기억을 못 하고요.

이런 경험 있으시죠? 그럴 때 보통 운이 없었나, 후속 콘텐츠를 못 올려서 그런가, 팔로워 관리를 못 했나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브랜딩 현장에서 반복해서 보이는 건 조금 달라요. 안 남은 게 아니라 안 남게 설계된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콘텐츠가 잘못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잘 만들어졌는데 브랜드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던 거예요.

오늘은 왜 잘된 바이럴 콘텐츠가 오히려 브랜드를 밀어내는지, 그리고 잘되면서 브랜드도 남는 콘텐츠는 뭐가 다른지 정리해볼게요.

Chapter 1. 콘텐츠가 잘될수록 브랜드가 밀려나는 이유

손가락을 멈추게 한 이유와 브랜드를 고르게 만드는 이유가 다르면, 콘텐츠가 잘될수록 브랜드는 더 빨리 잊혀요

인스타그램에서 사장님이 카운터 앞에서 유행하는 춤을 추는 영상, 보신 적 있으시죠? 직원들도 같이 추고, 조회수도 댓글도 저장 수도 잘 나와요. 그런데 그 영상을 본 사람이 며칠 뒤에 기억하는 건 춤이에요. 그 가게가 아니라요. 어디였는지, 무슨 음식을 파는 곳이었는지는 잘 몰라요.

손가락을 멈추게 만든 건 재미인데, 그 가게가 파는 건 맛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콘텐츠에 끌린 이유와 손님이 그 가게를 찾는 이유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는 거죠. 이럴 땐 머릿속에 콘텐츠만 남고 브랜드는 버려져요.

《컨테이저스》의 저자 조나 버거도 오래전부터 같은 문제를 지적해왔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하게 만들까에만 매달리다가, 정작 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놓친다는 거예요. 입소문이 났다는 건 사람들이 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 뭔가가 우리 브랜드가 아니면 아무리 많이 말해도 돌아오는 게 없어요.

그가 든 사례가 에비앙의 롤러스케이트 아기 광고예요. 기저귀만 찬 아기들이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CG 영상으로, 2009년 기네스북에 가장 많이 본 온라인 광고로 오를 만큼 퍼졌어요. 그런데 정작 본 사람들은 그 영상을 에비앙과 연결하지 못했어요.

버거는 이 영상이 롤러스케이트든 기저귀든 스킨크림이든, 수십 개 브랜드 중 무엇이어도 됐을 거라고 말해요. 규모만 다를 뿐 카운터 앞 춤 영상과 같은 구조인 거죠. 브랜드가 기억에 안 남은 건 사고가 아니라 설계대로 된 결과예요.

그래서 후속 콘텐츠를 더 올리고 팔로워에게 부지런히 말을 걸어도 잘 안 바뀌어요. 새는 곳을 안 막고 물을 더 붓는 셈이라서요. 그런데 대부분의 콘텐츠 기획은 요즘 뭐가 터지지, 저 포맷 우리도 해볼까 하는 순서로 시작돼요. 잘되는 걸 먼저 찾고 따라가는 거죠.

그럼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기억에 남는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서 조금 더 다뤘는데, 오늘은 방법을 단계별로 짚어볼게요.

Chapter 2. 기억에 남는 바이럴 콘텐츠를 만드는 법

브랜드의 소구점을 먼저 문장으로 정리하고, 그 문장과 겹치는 레퍼런스만 골라야 콘텐츠와 브랜드가 함께 남아요

핵심은 브랜드의 소구점과 콘텐츠의 소구점을 일치시키는 거예요.

소구점은 끌리는 이유예요.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가 브랜드의 소구점이고,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끝까지 보는 이유가 콘텐츠의 소구점이죠. 둘이 겹치면 콘텐츠를 기억하는 순간 브랜드가 따라오고, 어긋나면 아무리 잘 돌아도 브랜드는 안 따라와요. 먼저 손님이 왜 우리 가게에 오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레퍼런스를 펼치기 전에요. 다만 어디까지 내려가느냐가 중요해요. "맛있는 집"이라고 적으면 아무것도 못 걸러요. 맛없는 걸 파는 집은 없으니까요. 집에서 먹던 것 같은 편안함인지, 여기 아니면 못 먹는 매운맛인지, 혼자 와도 눈치 안 보이는 편함인지까지 내려가야 해요. 이렇게 정리된 브랜드의 소구점 문장이 이 브랜드만이 말할 수 있는 콘텐츠의 기준이 돼요.

그다음이 검증된 레퍼런스예요. 잘 되는 것들 중에서, 앞서 정해 놓은 브랜드 소구점 문장과 겹치는 것만 고르는 거죠. 순서를 바꾸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1단계 없이 레퍼런스부터 펼치면 잘 되는 것들만 잔뜩 보이고, 그중에 뭘 골라야 할지 판단할 기준이 없어요. 그래서 가장 반응이 좋아 보이는 걸 고르게 되고, 그게 우리와 상관없는 것일 확률이 높아요. 잘 되는 걸 찾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일치시키는 건 브랜드의 소구점이 정리된 곳에서만 가능해요.

사례브랜드의 소구점콘텐츠의 소구점일치 여부
에비앙 롤러스케이트 아기 광고불명확CG 영상의 재미불일치
동명닭집 이음이벤트닭으로 사람을 잇는 정서아버지에 대한 기억일치
배달의민족 "오늘은 OO땡긴다" 시리즈땡기는 순간 자체음식이 조리되는 감각일치

Chapter 3. 잇는 정서가 담긴 닭집 콘텐츠

동명닭집은 추첨 이벤트 대신, 브랜드가 가진 정서와 겹치는 소재를 찾아 이음이벤트를 만들었어요

디블러가 동명닭집 채널을 처음 진단했을 때, 채널은 팔로우 추첨 같은 이벤트로만 채워져 있었어요.

팔로워는 늘었지만 모인 사람들은 관계가 아니라 추첨을 따라 잠깐 머물다 갔고요. 문제는 브랜드에 아무것도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닭으로 잇는 사랑방이라는 방향도, 옛 동네 닭집의 레트로한 공간도, 돈독한 팀도 다 있었죠. 자산도 방향도 있는데 그게 채널 운영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사람들이 콘텐츠에 끌린 이유가 공짜 치킨이었으니까요. 브랜드가 파는 건 잇는 정서인데, 채널은 뽑기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춤 영상과 같은 구조였죠.

그래서 컨셉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와 맞닿는 검증된 정서를 찾았어요. 마침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치킨을 기억하느냐고 물은 한 음식 콘텐츠 게시물이 올해 봄에 크게 돌았는데, 댓글의 성격이 중요했어요. 재밌다는 반응이 아니라 자기 나이와 받았던 치킨 브랜드를 적는 반응이었죠. 치킨에 얽힌 기억 앞에서는 사람들이 구경만 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그리고 그건 동명닭집이 파는 잇는다는 가치와 같은 자리에 있었어요.

그렇게 만든 게 이음이벤트 릴스예요. 이 영상은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오셨던 치킨의 의미에 집중해요. 단순히 치킨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 돌려드릴 치킨을 지원한다는 것으로, 이벤트의 의미를 브랜드가 남기고 싶은 이음의 가치로 전환한 거예요. 팔로우하면 치킨을 드린다는 건 어느 치킨집이 올려도 되지만, 아버지가 사오시던 그 한 마리를 돌려드린다는 스토리텔링은 이음의 정서를 가진 브랜드만 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 읽으시고 "우리는 추억 같은 걸 팔지 않는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배달의민족의 "오늘은 치킨이 땡긴다" 광고를 떠올려보세요. 치킨이 튀겨지는 장면을 클로즈업으로 느리게 보여주고 소리만 들려줘요. 배경음악도 성우도 없이요. 이 광고는 이후 족발, 김치찌개로 이어지며 시리즈가 됐죠. 한 편만 떼어놓고 보면 치킨집 광고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시리즈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치킨도 족발도 찌개도 땡긴다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는 하나뿐이니까요. 이 브랜드가 파는 건 특정 음식이 아니라 땡기는 순간 자체인 거예요.

증명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요. 한쪽은 기억으로, 한쪽은 감각으로 하니까요. 그런데 원리는 같아요. 사람이 콘텐츠에 끌린 이유와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를 같은 자리에 놓는 것. 두 콘텐츠 모두 바이럴과 별개로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들어요.

Outro. 브랜드가 남는 콘텐츠

레퍼런스보다 먼저 브랜드가 파는 것을 문장으로 정리해야, 콘텐츠가 잘될수록 브랜드도 함께 남아요

정리해볼게요. 사람들이 콘텐츠에 끌린 이유와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가 다르면, 콘텐츠가 성공할수록 브랜드는 밀려나요. 그건 운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예요. 그러니 레퍼런스부터 펼치지 마시고, 우리가 파는 것을 먼저 책상 위에 올려놓으세요. 그다음에 그 문장과 맞닿는 것만 찾는 거예요. 1번이 없으면 2번은 그냥 따라하기가 돼요.

오늘 당장 해보실 수 있는 건 두 가지예요. 지금 돌아가는 콘텐츠와 이벤트를 펼쳐놓고 브랜드 이름만 바꿔도 성립하는지 하나씩 대보세요. 그리고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는 이유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시고요. 사실 그 한 문장을 만드는 일이 제일 어려워요. 매일 브랜드를 운영하고 눈앞의 업무를 보면 우리가 무엇을 파는지 깊이 들여다볼 시간이 없죠. 사라지지 않는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서 다룬 것처럼, 결국 콘텐츠가 오래가려면 그 한 문장부터 다시 봐야 해요.

대표님의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팔고 있나요? 그리고 지금 올리는 콘텐츠는 같은 가치를 말하고 있나요?

FAQ

Q. 브랜드의 소구점과 콘텐츠의 소구점은 어떻게 다른가요?

A. 브랜드의 소구점은 손님이 그 브랜드를 찾는 이유이고, 콘텐츠의 소구점은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끝까지 보는 이유예요. 둘이 겹칠 때 콘텐츠를 기억하는 순간 브랜드도 함께 떠올라요.

Q. 바이럴 콘텐츠가 잘 됐는데 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A. 콘텐츠에 끌린 이유와 브랜드를 찾는 이유가 다른 자리에 있기 때문이에요. 이럴 땐 콘텐츠만 기억에 남고 브랜드는 남지 않아요.

Q. 브랜드의 소구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A. 손님이 왜 우리 브랜드를 찾는지 최대한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맛있는 집" 같은 막연한 문장이 아니라, 다른 곳과 구분되는 지점까지 내려가야 콘텐츠를 고르는 기준이 돼요.

↳ Next Column